깜비깜비(바보를 위한 노래)

떠나는 그대에게 / 향린 박미리 그대 품에서달콤히 꿀을 취하던 신록들은 꼬리에 불붙은 강아지 마냥 뜨겁게도 달려갔지요 꿀 젖은 입술로 하모니카 불던 아카시아 무더기는 베이킹파우더처럼 소복이 향수를 분사해 놓았고 가슴 이랑 속으로 사랑을 태우던 청보리밭은 또 어떻고요 저 ..

만인의 이브 이어라 / 향린 박미리 네 숨결 일렁일 적 마다 나신의 이브를 보듯 세상은 온통 아담의 눈동자처럼 휘둥그렇다 푸른빛 감돌던 시절 수줍어 입술 가리던 처녀처럼 반들거리는 그 싱그러움에 저만큼 돌아앉은 목석도 사랑않곤 못베길 테지 상큼한 샴푸 향처럼 사랑을 부르는 ..

등(燈)꽃 / 향린 박미리 어느 님의 축원인지 자비의 미소로 다 녹음방초 계곡마다 연등 燈 꽃 피어 향기롭네 여래상 불전 앞에 와불이된 중생이여 무슨 업(業) 그리 깊어 사루는향불마다 저리도 절절한지 왕복 길 한 번뿐인 생 더 바랄 것 무엇 있으랴 탐욕에 걸려 넘어짐 없이 오늘도 잘 ..

만수무강 하옵소서 / 향린 박미리 내 행복 찾아가느라 이렇게 멀리 날아와 당신의 은혜는 꺼내볼 새도 없었습니다 내 둥지 꾸리느라 동동댄다는 핑계로 한 번 살갑게 안겨 드리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 자식 탓하심 없이 한 번도 품에서 놓은 적 없으셨으니 얼마나 허전하고 무거우셨..

태양의 계절은 가도 / 향린 박미리 사랑이란 그런 건가 봐요 좋아서 너무 좋아서 해 질 줄 모르는 태양의 계절이다가도 누군가는 남겨지고 누군가는 떠나고 마는 이별이란 그런 건가 봐요 아파서 너무 아파서 가눌 길 없는 소낙비의 계절이다가도 시간이라는 아스피린에 또 살아가 지는 ..

그래서 오월이다 / 향린 박미리 아, 펄럭이는 저것이 무언지 몰라도 저만 따라오라는 저 손짓 나팔수처럼 앞장서는 저 푸름 속으로 마음을 풀어보자 아, 달리는 저것이 무언지 몰라도 저만 보며 오라는 저 몸짓 무용수처럼 하늘대는 저 실루엣 속으로 그리움을 풀어 보자 물오른 종다리 ..

딩동댕 카페 / 향린 박미리 딱 보면 알 수 있지요 창가의 애리애리한 저 둘은 죽고 못 사는 연인이 틀림없나 봐요 남의 눈 상관없이 토닥토닥 스킨십 중에도 눈빛이 저리도 애틋한 걸 보면 아마도 그럴 걸요 해도 해도 할 말이 봇물 같은 긴 테이블의 그녀들은 사람 많은 곳에서 중년의 외..

밀월의 추억 / 향린 박미리 사랑이 바쁜 사람 나비들이 밀월에 빠진 유채 바닷속 눈 닿는 곳마다 요정 숲 같아 날다가 앉다가 그저 그저 사랑스러워 이리 품고 저리 품고 여기 쪽쪽 저기 쪽쪽 하기사 사랑이 궁금한 풋나비인데 꽃 무더길 안고 쓰러진들 누가 말릴까만 두 입술로 빨아들인 ..

꽃구경 패키지 / 향린 박미리 꽃구경 가는 기차를 탔다 배낭 한가득 설렘을 채워 기차도 달리고 나도 달렸다 눈부신 차창 밖 고운 산내들 따라 참꽃 따던 날의 먼 산도 쏘옥 안겨 와 사이다 뚜껑 따는 것도 잊고 행복해하는데 앗! 갑자기 나타난 터널이 기차를 삼켜 버렸다 내리자니 깜깜 ..

이렇듯 가슴 뛰는 걸 보면 / 향린 박미리 마음 한 곳에 아직 당신이 숨 쉬고 있었나 봅니다 이렇듯 가슴 뛰는 걸 보면 닳아진 건전지처럼 옅어진 그리움, 이제 더는 설렐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듯 잠 못 드는 걸 보면 시들한 그리움의 불씨 다시 지펴질 건가 봅니다 젖어오는 단풍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