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침내 가을 속으로 / 향린 박미리
꽃 축에 들거나 말거나
묵묵히 생을 엮은 호박은
자식농사만 한 것 없다며
눈만 뜨면 순풍순풍
옥동자 낳고
노래 축에 들거나 말거나
화음 삼매경이던 매미는
시종일관 목청 돋우며
그럴 만한 사연 있노라
숲을 달궜다
마침내
용광로 불기둥이 사그라지고
굽고 태워낸 숯터마다
진주 알 소롯할
가을이 오려나 보다
그늘만 찾아다닌 베짱이는
죽어도 모를 그 열정,
그 숭고한 사명에 감복하여
가을이 온다는데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보답할는지
'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너를 추억하다 (0) | 2016.12.31 |
---|---|
[스크랩] 박타령 (0) | 2016.09.12 |
[스크랩] 마침내 가을 속으로 (0) | 2016.08.30 |
[스크랩] 달밤에 비 (0) | 2016.08.15 |
[스크랩] 사랑한다 하여 (0) | 2016.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