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때부터 써 오던
앙증맞은 바구니 하나,
주인인 내 모습은 변했어도
저 혼자 세월을 비켜온 듯
아직도 새것처럼 말짱하다
거기에다 금방 데친 나물 담았더니
그 빛깔이 오늘따라 더 곱다
글구보니 바구니가 흔한 시대를
사는 것만도 얼마나 감사한지
플라스틱이 귀한 시절,
산으로 들로 들고 다니며
망가뜨린 바구니만도 숱한데 생각하면
어머니께 많이 죄송해 진다
봄이면 참꽃으로 도배되던 산,
그 산이 부르는 소리에 영이랑 참꽃 따다가
부스럭 소리에 놀라 돌아보면 저만큼 휙
달아나는 토끼 꽁지에 간이 콩알만 해져도
다시 간을 키우고는 바구니를 채워서야
집으로 오던 겁 없는 꼬마들의 산중일기 하며
미꾸라지 잡느라 들고 간
고운 채바구니는 또 얼마나 망가뜨렸던지
그 미꾸라지 같던 미꾸라지가
주로 구석진 곳에 많다는 것도 알았던지
꼬마들 솜씨치고는 제법 수확도 쏠쏠했는데
그때마다 어김없이 착 달라붙은 거머릴 보면
꺄악~비명 한 번 지른 후
사정없이 떼냈으니 람보가 따로 없었지 싶다
추어탕은 좋아하지만,
지금은 징그러워서 만지지도 못하는 그걸
그 때는 장난감처럼 주물렀으니
혹시 그 꼬마가 부활 한다면
그날의 강으로 달려가 추어탕 감은
얼마든지 조달할 것 같은데.
아, 어디로 갔나 그 아이들
무공해 시절을 누비던
나의 악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