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행복한 가을 병病

깜비깜비 2011. 10. 2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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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가을 병病

      / 향린 박미리

       

      눈 닿는 곳 마다
      빨간우체통이 되는 이 가을엔
      한 잎 갈대마저 그리움을 앓느라
      관절을 뚜둑거리고


      발길 닿는 곳 마다
      그리움이 되는 거리엔

      한줄기 바람 마저도

      흥신소를 차린듯 분주하다


      그래도

      내게는 비껴갈 줄 알았던 그 바람,

      늘은 깊이깊이 감춰둔

      옛얘기 까지 들쑤시어

      개찰구도 없는

      간이역에 날 세워 놓는다



      늘 그랬듯이
      그래봐야 타지도 내리지도 못하고
      기적소리 멀어진

      선로만 응시할 뿐이지만



      하늘만 봐도
      가슴에 물수제비 찰박여 와
      영혼이 통통通通해 지니



      또 놓쳐버린 기차가 될지언정
      까닭모를 이 계절 병病,
      약이 없어도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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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수선화2006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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