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홀리데이 What we did on our Holiday'에서
열살짜리 소녀 '로티'는 조그마한 노트를 갖고 있습니다.
그곳에 '로티'는 생각과 사실들을 기록하고 있구요.
특히 다투고 거짓말을 해대는 엄마, 아빠를 보며
'로티'는 그곳에 더 많은 기록을 해댑니다.
'로티'가 할아버지 '고디'를 만났을 때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털어놓습니다.
너 암이 뭔지 알지?
내가 그걸 갖고 있단다.
하지만 의사가 고칠 수 있는 거지요?
아니, 그럴 수 없단다.
그러자 '로티'는 노트를 꺼내 그곳에 쓰기 시작합니다.
할아버지가 묻습니다.
그게 뭐냐?
제 공책이지요...라고 답하며 그 노트에 계속 뭔가 적고 있는 로티에게
할아버지 '고디'가 그러는 겁니다.
있지...많은 삶이 글로 적어 보기 좋은 것이 아니란다.
......
어려서 읽었던 위인전에는
글로 쓰인 아름다운 삶들도 있었는데...아닌가???
글로 적어 아름다운 삶도 있긴 있겠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것을 빼고 적으면 말이지요.
전기
자서전
모든 것이 사실 삶에서 발췌한 것들을 적고 있지요?
모든 것을 낱낱이 적을 때
그 때도 아름다운 삶...
이제 이만한 나이가 들고보니
그런 삶은 드물다는 고디의 말에
한숨을 쉬며 마음의 고개를 끄덕이고 맙니다.
그래...그것이 현실이리라...
모든 사람의 삶에
아름다운 부분이 있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구요.
그런데 왜 그런 걸까?
왜 아름답지 못한 부분들을 가지는가?
이렇게 묻다가 갑자기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누가 정했는가?
이런 엉뚱한 질문이 튀어나옵니다.
누가
이것은 아름답고
저것은 아름답지 않다,
심지어 추하다고 정했는가?
어찌보면
그냥 다른 것뿐일 수도 있는데...
화판에 그려지는 그림을 생각해봅니다.
그냥 한가지 색깔만 칠하면
아무것도 아니군요.
텅 빈 화판이나 마찬가지.
뭔가 다른 색이 들어와야
뭔가가 된다...
밝고 가벼운 색만 있어서는 또 안되는군요.
어둡고 무거운 색도 필요하구나.
그런 것들이 같이 어울어져야
사람도 보이고
꽃도 보이고
건물도 보이고
풍경도 보이는 것.
비유는 절대로 옳지 않은 것이라지만
그래도 삶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빈 화판에 그림을 그리는 것.
하는 모든 생각, 모든 행동이
그곳에 더해지는 물감들.
아름다운 생각, 그런 행동은
밝고 가벼운 색깔
그렇지 않은 것들은
어둡고 무거운 색깔.
이제는 모든 사람이 이 땅에 몸을 읿고 태어나기 전에
각자가 그릴 그림의 밑그림을 갖고 온다고 믿네요.
그 밑그림에 색을 칠하는 거지요.
밑그림을 무시하고 자기 나름대로 색을 칠하고 모양을 바꿀 수도 있다지요.
어쨋든 그 화판을 메워가는 겁니다.
갖가지 색깔과 재료로.
각각의 색깔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봅니다.
따뜻한 느낌, 차가운 느낌
넓은 느낌, 좁은 느낌
밝은 느낌, 어두운 느낌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느낌이 바로 그런 색으로 표현되는 것.
모든 색이 섞이면 흰색이 된다지요?
그런 그림을 무수히 많이 그리고 나면
그렇게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하고나면
이제 그 모든 경험들이 섞여
영혼도 흰색이 되는 것일까?
빛이 되어?
그럴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그럴 때에 이르지 못한 영혼들은
아직도 그림을 그려내야 하는 존재들.
여러가지 그림을 그려봐야 하는 거지요.
그래서
밝음도 필요하고
어두움도 필요한 것.
가벼움도 필요하고
무거움도 필요하고
따뜻함도 필요하고
차가움도 필요하고.
그래서 이 땅에 오는 모든 이들의 삶이
거의 대부분
아름답지 못한 부분들을 갖고 있는 것.
아니,
그냥 다른 색들을 갖고 있는 것
다른 색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방금 전에 본 수사다큐멘터리에서는
헤어진 여자친구를 드디어는 칼로 찔러 죽인 남자가 등장했습니다.
어제는 미국 한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근 스무명을 죽이고 자신도 죽은 남자도 있었구요.
아주 짙은 검은색 물감, 아주 무겁고 거친 질료가 생각납니다.
그것이 주는 느낌, 감정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칠하고
세상을 칠하다.
그 색깔 때문에 이제 세상이 달라지는 겁니다.
그들의 행동 때문에
어떤 규칙이 더해지고
어떤 제도가 생기고.
그렇게 개인과 세상이 변해가다.
아니, 완성되어 가다.
그림이
삶이
영혼이.
돌아보면
부끄럽지 않은 면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되도록 감추고 싶은 면을
누구나 갖고 있지 않겠는가?
낱낱이 적어
아름답지 않은 면들...
하지만 그것도
나 자신인 것.
나 자신의 표현.
성장의 과정.
완성의 과정.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일이 아닌 것.
그냥 '그 때는 그랬다'고 할 일.
그냥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할 일.
선택의 결과를 배우는 과정에 있는 것임을 인정할 일.
생각의 힘을 배우는 과정에 있고...
그 때는 그랬다...이렇게 나 자신에게 말할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용서하기가 가장 어려우니 말입니다.
그리고 또 돌아보며 묻는 겁니다.
그럼, 지금은?
지금은 다른가? 그 때의 어두움과 다른가?
다르면
다행이군요.
다르지 않으면?
아마도 아직 그 색깔을 배우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 색깔이 아직도 필요한 모양.
스스로를 자기자신으로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요.
특히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많을 때 말입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어두운 색을 쓰고 있구나...이렇게.
하긴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미 어두움을 졸업했을 겁니다.
한참 그 속에 있을 때는 어두운 줄을 모르거든요.
아름답지 않은 나를 사랑하다.
아름답지 않은 남을 사랑하다.
결국 완성되지 않은 존재를 사랑하다.
되어가는 존재이니...
어느쪽에 촛점을 맞출 것인가...가 관건이군요.
아름다운 쪽?
그렇지 않은 쪽?
나 스스로든
남이든
아름다운 쪽이라는 답을 얻습니다.
누구든 그런 것을 갖고 있을 테니
그것을 바라봐야 하지 않겠는가?
어두운 쪽
무거운 쪽은
그들이 해야하는 공부라고 이해하고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연
이 세상에
사랑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 것인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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