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열(화산녀를 찾아서)
/ 향린 박미리
저수지 같은 자궁 속으로
뭇 중생들을 끌어들인다는
입소문만 믿고
하늘만 하늘만 따라가는 길
하얀 젖무덤 헤치며
여명보다 먼저 온
호색가들이 지팡일 앞세우며
열정을 발산 중이다
얼마나 올라 왔을까?
내려다 본 산허리가 아득할 즈음
몇 차례 머리 푼 운무 떼 지나고
등줄길 훑던 소나기도 잠잠해지자
드디어 정상인지
깃발 꽂는 소리에 산이 들썩이고
하늘과 맞닿은 분화구가 한눈에 든다
무대 중심 속 화산녀를 향해
소문과 대질 중인 바쁜 눈동자들,
확연한 그녀의 실루엣을 읽었는지
숨도 안 쉬고 빠져드는데 블랙홀이 따로 없다
아, 저것이었던가
운우지정의 희열이라는 것이...
그 후부터는 저마다의 희열을 챙기며
쓰러졌는지 말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올라 본 후에야 맛보는 참 희열
숨 가쁜 오르가즘, 그 한 컷을 위해
욕망을 분출할 저마다의 에베레스트를 위해
길 위에 또 길을 내는 일이 인생 아닐지
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향린 박미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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