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도꼬마리씨처럼

깜비깜비 2014. 11. 10. 22:44

 

 

 

 

 

 

 

 

 

도꼬마리씨처럼 / 향린 박미리

 

 

 

 

산이나 들에서 사람만 보면
덕지덕지 달라붙던 도둑놈 풀
그 씨앗 이름이 도꼬마리씨였다

잠자리 잡으러 들어갔다가
고슴도치처럼 침을 달고 나오면
떼느라 한참이나 애를 먹었는데
그 도둑놈 풀

아직도 지나치는 옷자락만 보면
달라붙지 못해 안달을 내고 있을지

사람 사는 일도
그처럼 은근슬쩍 묻어와
알콩달콩 또는 토닥투닥

한평생 사는 것이리

정 하나에 일생을 걸고

비바람에도 아랑곳 않을

껌딱지 같은 한 사람
미운 정 고운 정 다 풀어놓으면
강이 되고도 남을 그 한 사람

옷 속을 파고든
따가운 도꼬마리씨처럼
찔려서 아픈 적 많을지라도
정으로 묻어가는 삶일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소풍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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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향린 박미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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