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찡한이야기

[스크랩] 할머니는 날 떠나지 말아요

깜비깜비 2018. 5. 31. 14:07




올해 중학생이 된 아현이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족으로 함께 생활하기 때문입니다.
5년 전, 아현이에게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가
지병으로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아현이의 기억 속에 늘 침대에 누워 있는 아픈 엄마였지만,
그래도 아현이는 혼자가 아니었기에 엄마와 함께라면
언제나 따뜻했고, 든든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엄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홀로 남겨진 아현이는 더는 자기편이 없다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낯선 시설로 갈 수밖에 없었는데 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아현이의 새 가족이 되어주었습니다.

아현이는 지금도 문득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가 보고 싶지만
자기보다 더 슬퍼하고 속상해할 할머니를 위해
엄마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는 속 깊은
아이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지금 당뇨병과 합병증으로 몸이 몹시 아픕니다.
오늘도 할머니 다리를 주무르는 아현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할머니에게 말합니다.

"할머니, 할머니는 엄마처럼 세상에 나만 남겨두고
그렇게 떠나지 않을 거죠?"

사실 할머니는 처음엔 아현이를 맡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당뇨 합병증으로 더는 일을 할 수 없어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웠고,
재혼한 지금 할아버지에게 본인의 손녀를 키우자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용직 일을 하는 할아버지 형편에 손녀까지 맡기엔 부담이 컸습니다.
그래서 아현이를 시설에 맡기려는 나쁜 마음을 먹었지만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현이 엄마가 생전에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엄마한테 잘 해 드린 것도 없는데 왜 나는 지금도 내 생각만 하는지.
미안해 이런 부탁까지 엄마한테 하게 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하나밖에 없는 우리 딸 아현이를 엄마가 맡아줘.
예쁘고, 밝게 키워줘, 미안해 엄마..."

임신의 기쁨도 잠시 남편에게 무참히 버림받은 불쌍한 내 딸...
아현이가 돌 때부터 신장 투석을 하며 늘 병상에 누워 있던 내 딸...
그런 내 소중한 딸은 마지막 순간에도 내 손을 잡으며
아현이 걱정밖에 없었습니다.

딸의 모습이 떠올라 할머니는 손녀를 시설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할아버지도 어렵지만, 함께 키워보자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아현이를 키운 지 5년이 되었습니다.

철이 일찍 들었는지 투정 한 번 부리지 않는 아현이는 말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제가 효도할 수 있도록 오래오래 사시라고
그리고 나중에 커서 맛있는 음식도 멋진 옷도 사드리고
할머니 아픈 것도 치료해 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기특한 아현이를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지만
할아버지의 수입으로 세 식구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형편입니다.
반지하 집은 곰팡이와 습기로 가득해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곳에서 공부하다 보니
아현이의 시력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출처 : 바람에 띄운 그리움
글쓴이 : 미소편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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