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네온의 거리에서

깜비깜비 2016. 12. 31. 12:13

 


                               네온의 거리에서

                               / 향린 박미리

                     

                     

                    깜박대는 촛불처럼
                    달랑대는 한 해도
                    그렇게 질 걸 안다는 듯
                    네온의 눈자위도

                    아쉬워 붉은 거리

                     

                    그 눈자위 속으로 둥둥 떠가는
                    부초 같은 사람, 사람들
                    삼백예순날 몰고 온 생의 배 船
                    잔 盞의 바다에 부려놓고


                    빼곡한 생의 필름

                    알콜로 현상해보면
                    기억의 망막 사이로 흔들리는

                    피사체 간간이 목 맺히어도


                    삶에게서 무장해제된 채
                    언제 또 그리 사슬 풀고
                    호탕이 웃어보랴

                    깜빡이다 굳어질 촛농처럼
                    또 굳혀질 숫자 따윈 깡그리 잊고

                    뭐든지 술술 들이키자는
                    저 충혈된 네온 따라
                    아, 또 한 해가 가려나 보네

                     

                     

             

      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향린 박미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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