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뜨거운 감자

깜비깜비 2016. 1. 8. 23:30

 

 

 

 

    뜨거운 감자

    / 향린 박미리

     

     

     


         


            철새도 떠나고 잎새도 떠나고
            떠난 것만 파노라마처럼 남겨진
            계절의 끝자락,

             

            이제는

            거창하게 송별해 줘야 할  연말이라는 축제만 남아 있다

            어찌 계절은

            그리도 빨리 가고
            우린 또 어찌 여기까지 와 있는지


            잎새도 사람도

            이런 날 올 줄 알면서도
            꽃 피우고 물들이는 일을 위해
            혼신을 다하며 달려왔었지

            너나없이

            공평히 쥐어진
            삶이라는 그 감자,


            열렬히

            열애하고 사모하면서
            한 시도 놓지 않고 품고 오느라


            데이고 긁힌 날 많았었지만
            그래도 감자를 쥔 손은 참 따뜻했었지

            밭에 있을 땐
            꿈에 부풀어 올망졸망
            꿈을 달아 올리던 감자가


            사람의 손에

            쥐어진 순간부터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하니

            놓지도

            버릴 수도 없을 바에야
            그 뜨거움마저도
            감사히 품고 갈 수밖에

             


             

출처 : 열 린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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