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이 책 저책 뒤적이다가 '민들레의 영토'라는 시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누구인고 보니까, 많이 듣던 이해인 수녀님 겸 시인이었습니다.
시집을 구입하고 보니까 이해인 수녀님은 대단하신 분입니다.
지금까지 사시면서 칠십권이 넘는 저서를 내셨습니다.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고 생각을 하여 보니 그것은 아마도 수많은 독서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됩니다.
그리고, 수녀님의 경력을 보니까 부산 성남초등학교를 졸업하셨군요.
그러고 보니, 수녀님은 해방동이이시니까 연세가 68세이시군요, 하여 필자의 대선배님이시네요..
필자도 부산 성남초등학교를 1971년도에 졸업하였습니다.
이해인수녀님은 또한 부산 가톨릭대학교의 교수님이시기도 한데, 최근 암 선고를 받으셨다니, 빠른 쾌차를 기원합니다.
다음은 민들레의 영토 시집의 한 작품입니다.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 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싶은 얼굴이여
☞ 이 해인님은 누구인가?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수녀 시인.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로 봉직중이다.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Olivetan Benedictine Sisters)소속으로 1968년에 첫 서원을, 1976년에 종신서원을 하였다.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래 8권의 시집, 7권의 수필집, 7권의 번역집을 펴냈고 그의 책은 모두가 스테디셀러로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초·중·고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성동아대상, 새싹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올림예술대상 가곡작시상, 천상병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를 펴내고 “고독의 진수를 깨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을 호명하며 우리 곁에 다가온 수녀는 수도자임에도 꾸준히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비결에 대해 ‘일상과 자연을 소재로 하는 친근한 시적 주제와 모태 신앙이 낳아준 순결한 동심과 소박한 언어 때문’일 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넘치는 사랑과 정갈한 자기 반성이 읽는 이까지 물들이고, 일으켜 세우는 수녀 시인. 수녀는 시집 『작은 위로』에서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임을,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임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면서/사실은 용서하지 않은/나 자신을 용서하기/힘든 날이 있습니다”라는 고백도 털어놓았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읽다보면, 우리가 왜 시를 찾고 시를 읽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해인 수녀는 지상의 모든 대상들과 “기도 안에서 만나고, 편지로서 만나고, 그리움으로서 만”난다. 그리하기에 수녀의 시는 기도로서, 편지로서, 그리움으로서 다가온다. “뒤틀린 언어로 뒤틀린 세계를 노래”한 시들이 줄 수 없는 “위안, 기쁨, 휴식, 평화”를 주기에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또한 이해인 수녀는 악기의 소리로 시를 쓴다. 우리가 불안해하지 않고,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감동과 전율로 그녀의 시를 읽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 리듬에는 “사기(邪氣)”도 “불화”도 없다. 오묘한 화성의 조화,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하다. “평생을 죄지은 자, 상처받은 자들을 감싸 안아 성모 마리아의 마음으로 사랑해온 수녀님의 순결한 영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소리다. 그리하여 수녀의 글을 받는 이들은 “행복하다.”
한편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 1주기(2008년 9월 8일)를 기념한 열 번째 시집의 원고를 탈고하자마자 뜻밖의 암 선고를 받았다. 곧바로 대수술을 받고 잠깐 동안의 회복 기간을 거쳐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한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아픈 걸 다행으로 생각”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이같은 마음은 열 번째 시집 『엄마』에 잘 담겨 있는데,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해인 수녀에게 선물로 주신 도장집, 꽃골무, 괴불주머니 등 어머니의 유품 사진들과 잔잔한 사연을 함께 담고 있다.
시집으로는 『민들레의 영토』『내 혼에 불을 놓아』『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시간의 얼굴』『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눈꽃 아가Snow Flower Songs』『작은 위로』『작은 기쁨』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두레박』『꽃삽』『사랑할 땐 별이 되고』『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등이, 옮긴 책으로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마더 테레사의 아름다운 선물』『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365 매일매일 기적의 하루』등이 있다. [YES24 제공]
이해인 수녀의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가 1976년에 출간되었으니 2012년으로 37년이 되었다. 첫 시집의 발간 이후 이해인 수녀는 여러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내었다.
이해인 수녀는 세속을 떠난 수도자의 몸이지만 언어가 문자로 찍혀 발간되는 과정은 어차피 사회 속의 일이다.
몇년전『동아일보』가 지난 25년 동안의 서점가 실적을 조사해 보도하였다. 한 해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의 기록을 보면 법정 스님이 9회, 이해인 수녀가 11회로서 최정상의 베스트셀러 저자가 이해인 수녀로 되어 있다. 이것은 단순한 상행위를 넘어서는 다른 의미로 볼 수 있다.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90년대는 한국에서 군부 독재가 지배한 세월이었다. 이 기간에 문학은 한편으로 치열한 저항의 활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본질적으로 진리의 차원을 지니는 종교적 심성의 글들이 상처받은 대중의 마음을 위로하고 영원한 가치에 향하는 희망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위로와 희망의 지향에서 그 동안 이해인 수녀의 시와 산문들이 한국 사회에 이바지한 바 있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기를 “초심(初心)을 잃지 말자”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마음이 순수했고 저력과 조짐을 잘 드러내던 그 출발점에 대해 일깨우는 말이다. 이해인 수녀의 초심은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에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초심에도 이러저러한 차이들은 있겠는데 『민들레의 영토』에는 이해인 수녀 시세계의 모습과 규모가 충실히 담겨 있음을 30년이 지난 오늘에 새삼 발견하게 된다.
이상은 문학평론가 구중서님의 글입니다.
[민들레의 영토]는 1965년에 쓰여졌습니다. 시인 이해인 수녀가 스무 살 되던 해 입니다. 이후 10년 동안 시인의 가슴에 머물던 이 시는 1976년 이 시를 표제작으로 하는 시집 [민들레의 영토]로 출간되었습니다. 그 좁은 민들레의 영토로 청춘들이 밀려들더니 시집은 1985년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물론 발표 이후 꾸준히 사랑 받았습니다.) 행동을 촉구하는 이념서도 실력을 기르라는 자기개발서도 아닌데 젊은이들은 시에서 한줄기 영감을 얻었습니다. 시가 쓰여진 지 20년 만에, 시집이 나온 지 10년 만에, 시인이 마흔이 되던 그 해, 젊은 날 시인의 고독과 성찰이 이념과 사상에 지친 청춘의 삶을 위로하는 메시지가 되었습니다.
시집이 80년대 중반의 청춘을 위로한 후 20여 년이 지났습니다만 제가 새삼스럽게 [민들레의 영토]를 읇조리는 것은 지금의 청춘에게도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키리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지금도 청춘들은 아픕니다. 10대 때에는 입시, 20대 때엔 취업에 내몰려 성적과 스펙의 열병을 앓고 있습니다. 원치 않는 일에 어쩔 수 없이 시간과 물질을 쏟아 붓고 나면 가슴 속엔 허무가 지나다니는 바람구멍이 숭숭 뚫립니다. 궁극적으로 꿈과 자유를 열망하는 인간은 자신의 신화를 만들어가야 행복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청춘의 성장 동력은 응원과 격려입니다. 기성세대는 한동안 경제적 부족함 없이 풍요롭게 자란 요즘 세대를 향해 '요즘 젊은 것들은 혼자서 뭘 할 줄을 모른다.', '도무지 생각은 없고 돈만 밝힌다.'라며 비난의 말들을 뱉어 냈습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20대 청춘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상담형, 멘토형 도서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쌤앤파커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푸른숲) 등이 대표적입니다. 반응이 좋은 걸 보면 젊은이들이 얼마나 멘토의 조언에 목말랐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에 지친 청춘을 보면서 저는 이해인의 삶과 [민들레의 영토]를 묵상합니다.
보도블록 사이의 좁은 틈을 비집고 나와 노란 꽃을 피워낸 민들레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건물 창문 난간의 한 줌도 되지 않는 흙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는 민들레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래서 혹 하찮다고 생각하진 않으셨는지, 혹 보잘것없다고 생각하진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씨앗을 품는 순간 민들레의 영토와 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보셨습니까? 고독과 성찰의 시간을 지나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날려보내는 바로 그 순간 나의 영토는 무한히 넓어지는 것이며 나의 시간은 영원해지는 것입니다. 더불어 처음 꽃피워 씨앗을 날려보낸 자리는 성지(聖地)로 거듭납니다. 지금, 여기서 피우는 꽃은 영원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민들레의 영토]는 소박한 소재와 담백한 시어를 가득 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인이 지금도 수녀와 시인의 삶을 걸으며 시의 순수성과 진실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들레의 영토]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호소력이 짙은 시집입니다. 그 시대가 언제든, 그 자리가 어디든 읽는 이의 가슴 속에 깊이 뿌리내려 아름다운 삶의 꽃들을 피워내게 할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특히, 20대에게 진심으로 권합니다. 청춘들이여, 부디 고독의 진주를 캐시기를! [출처]http://kangchi5.blog.me/
책을 벗삼는 이해인님의 서재는 어떠할 까요?
기쁨을 충전해주는 공간, 서재
나에게 서재는 마법의 성과 같아요. 내가 즐겁게 취미생활 할 수 있는 놀이터도 되고, 어떤 시상이 떠올랐을 때 글을 쓰는 작업실도 되고, 좋은 책을 찾아서 읽는 독서실이며,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만남의 장소가 되어주기도 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마법의 성 같은 장소이죠. 저는 수녀원에서 문서선교라는 소임을 하기 때문에 그 혜택으로 (수녀원에) 이렇게 큰 방과 책이 있는 서재를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서재라는 공간은 나에게 기쁨을 재충전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곳이에요. 문서 선교를 하고 있지만 ‘문서선교실’이라는 이름은 딱딱하다고 해서 ‘해인글방’이라는 부드러운 이름을 붙이고 거기서 주로 글 쓰고 있어요.

마음이 담긴 소중한 편지 문학
70~80년대만 해도 사람들이 손 편지를 많이 썼어요. 책을 보고 독후감도 적어 보내기도 하고, 영혼의 외침이나, 메아리를 담은 편지의 표현들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버리기가 아깝더라고요. 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거의 30년을 모아오다 보니 이제는 많은 자료가 되어 편지 문학 이라는 장르로 논문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떻게 할건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버리지는 못하고 그래서 (사진과 같이) 다 분류를 했어요. 노란 색은 장애를 가진 분들, 원고지 딱지를 붙인 분들은 문인들, 하얀색 종이를 붙인 분들은 수녀, 신부, 성직자들, 그 다음에 하늘색으로 딱지를 붙인 봉투에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 요즘 모든 것을 다 이메일로만 하고 손 편지를 안 쓰니까 이러한 편지들이 굉장히 귀한 자료라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보관을 하고 있어요.
시와 함께하는 따뜻한 만남
어린 시절에는 <소공녀>, <소공자>, <안데르센 동화> 같은 것을 많이 읽고, 언니 오빠들이 김소월이나 윤동주의 시를 외우는 것을 들었어요. 오늘날은 유명해진 분들이 시를 많이 투고하셨던 <학원>같은 문학잡지도 보면서 나도 시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오전 5시 반에 시작하는 아침기도부터 공동으로 보내는 하루 일과가 틀 안에 짜여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 시간이 넉넉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일요일이나 휴일, 자유시간, 또는 아침 먹고 한 시간, 점심 먹고 한 시간 정도 틈틈이 책을 보거나 밤에 주로 책을 보고 있어요. 예전에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많이 읽었지만, 요즘은 너무 무겁고 분량이 많은 것을 읽는 것은 건강 때문에 힘이 들더라고요. 시집은 계속 많이 발간되고 짤막짤막해서 읽기 좋기 때문에, 자투리 시간에도 읽고 잠들기 전에도 읽고 있어요. 시집의 좋은 내용은 표시해두었다가 노트에 옮겨 적거나 복사를 해서 좋은 손님들이 오면 하나씩 나누어주고 있어요. 함께 차를 마시면서 시를 읽고 그러면 마음이 풍요롭고 따뜻한 만남이 되더라고요. 책 속에 있는 글자들이 만남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죠.
아픔 속에서 경험한 글의 치유 능력

가까운 분들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추모의 글이라고 할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대신한 기도문을 엮으면서, 위로를 대신 받았어요. 내가 아픔을 경험하고, 슬픔을 위로하는 치유의 추모시를 쓰면서 편지도 많이 오게 되고 독자들도 부쩍 늘어난 것 같아요. 몸이나 마음이 아픈 분들이 정신적으로 위로를 받고 싶어서 많이 기대오는 것을 느껴요. 그러한 것들도 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내 아픔을 통해서 아픈 사람과 벗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참 고마운 일이겠구나 생각을 하죠. 내가 아플 때의 경험을 노래한 것, 슬픈 일을 당했을 때 슬픈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쓴 글을 독자들이 자신하게 하는 말인 것처럼 공감하는 것을 보면서 글의 힘, 글의 치유 능력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어요. 내가 더욱 겸손하게 글을 써야겠구나 생각도 하게 되고요.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어떻게 논의하나 싶어서 포에트리테라피(시치유) 워크숍에도 일부러 참석도 했어요. 글의 치유의 능력이 있는 것을 알게 되고 경험하게 되니까 정말 기쁘더라고요.
슬픔을 달래줄 수 있는 소박한 노래를 쓰고파
나의 시집을 많은 독자들이 읽어 주면서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지만, 언제까지나 독자로 남아있고 싶어요. 앞으로 이런 작품을 쓰고 싶다는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되거든요. 그 동안 내 시의 주제로 굉장히 소소한 일상을 담아왔지만, 제 문학을 나눠보자면 2007년도 암 투병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프기 전에 생각하고 표현했던 것과 아프고 나서의 인생관이 달라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색다른 경험을 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시대의 아프고 슬픈 사람들을 대변해줄 수 있는 소박한 노래들을 더 많이 쓰고 싶어요. 또 도전해보지 않은 동화 같은 장르도 써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고요, 가능하다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삶을 시로 한번 정리해볼까도 생각해요. 자전적인 것을 소설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10대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습을 시로 한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다음은 기도 같기도 한, 이해인님의 자작 글이십니다.
신을 위한 나의 기도가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당신 안에 숨쉬는 나의 매일이 읽을수록 맛드는 한 편의 시가 되게 하소서. 때로는 아까운 말도 용기 있게 버려서 더욱 빛나는 한 편의 시처럼 살게 하소서'
라고 노래한 일이 있는데 이것이 저의 삶과 문학을 잘 요약한 내용이라 여겨집니다.
어렵게 이 자리에 나온 제가 자신의 문학세계를 전문적으로 조명한다기보다는 여러 문인들과 독자들이 계신 이 자리에서 차 한 잔 나누는 우정의 기쁨으로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민들레의 영토》(1976)는 저 의 첫 시집 제목이고《, 작은 위로》(2002)는 현재를 기준으로 제일 나중에 나온 시집 제목이기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 제목을 붙여보았지만 오늘 여기서 충분한 설명을 다못 드리더라도 양해를 바랍니다.
시는 저에게 꿈을 꾸게 만드는 하나의 놀이이고 노래였습니다.
전쟁의 페허 속에 다들 우울하고 가난했던 초등학교 시절 언니 오빠가 낭송하는 김소월·한용운 ·윤동주의 시들은 저를 모국어의 아름다움에 눈 뜨게 해 주었습니다.
더러는 습작도 했던 중학교, 고등학교의 문예반 시절 담당 교사로부터 들은 칭찬과 격려에 힘입어 막연히 시인이 되 고싶은 꿈을 꾸기도 했지만 우선은 그냥 시를 읽고 모으고 나누는 일이 좋아 일찍부터 좋은 시들로 꾸민 문집을 만드는 취미로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하였습니다. 수도생활을 먼저 시작한 언니의 영향으로 여학교를 졸업하고 수도원에 입회한 저에게 시는 하나의 기도로 다가왔습니다. 저 자신이 타고르의〈기탄잘리〉에 나오는 갈대피리가 된 것 같은 희열도 느껴보았지요. 하루도 빠짐 없이 아침 점심 저녁밤에 함께 바치는 공동기도는 모두가 구약의 시편들로 이루어졌기에 삶 자체가 하나의 시와 같으니 새삼스레 시를 다시 쓸 필요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민들레의 노래’라는 혼자만의 노트를 만들어 더러 시를 써두곤 하였는데 이것이 훗날《민들레의 영토》 로 세상에 선보인 첫 시집이 되었으며 이 제목은 시인 홍윤숙 선생님이 부쳐주셨습니다. 1976년 2월 종신서원을 하며 일종의 기념시집 형태로 발간 된 이 시집은 부족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퍽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당황 스러울 정도였으며, 이어서《내 혼에 불을 놓아》《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시간의 얼굴》등의 시집들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수련받던 시절 가톨릭 잡지들에 종종 투고를
하면서 쓰기 시작한 이해인이라는 필명이 그만 저의 이름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1980년대 네 권의 시집들이 모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서 저는 안팎으로 예기치 않은 갈등을 겪기도 했으며 일부 평론가들의‘잘 팔리는 시인’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거나 저의 시를 하나같이 소녀 취향적인 감성의 시만으로 몰아가는 언급에 대해서는 엷은 상처를 입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저는 시 공부도 본격적으로 안 했고 이름 있는 지면을 통해 등단한 것도 아니 며 자신의 미흡함을 익히 알고 있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문인들에 비해 연구가 덜 된 것을 안타까워 하는 저의 독자들 중에는〈이해인 시에 나타난 기독교 신앙 양상 연구〉〈이해인의 시의식과 방법론 연구〉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쓰기도 한 걸 나중에 알고 구해 보았습니다.
《 시간의 얼굴》(1989) 이후에는 10년 만에야 시집《외딴 마을의 빈 집이 되고 싶다》를 낸 것도 한 동안은 왠지 시를 써서는 안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 가까운 의무감이 저를 지배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구상, 김광균 선생님은 늘 저에게 산문보다는 시를 많이 쓰라고,부디 겁내지 말고 꾸준히 쓰라고 격려해 주곤 하셨습니다.
시는 제가 이웃에게 전하는 러브레터로서의 작은 위로 이기도 합니다.
전에도 수녀회의 자료실 일을 보며 편지 쓰는 일을 겸해 오긴 했지만 1997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원내에‘해인글 방’을 두고 문서선교를 할 수 있도록 수도공동체가 배려 해 준 덕분에 저는 마음 놓고 창작도 하고 번역 도 하고 많은 편지를 보내오는 독자들에게 틈틈 이 답신을 보내는 사랑의 일을 오늘까지 계속
해 오고 있습니다.‘ 수녀 님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맑고 깨끗해 진다’, ‘나를 다시 기도하고 싶 게 만든다’,‘ 읽으면 나 도 마음이 착해지고 편안해지고 어떤 시는 꼭 내가 쓴 것처럼 공감이 간다’등 끝없이 이어지는 감사의 글귀들을 읽으면서 시가 위로와 치유의 역할을 하는 숨은 힘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새롭게 절감하였습니다. 저는 수녀원 안에 있어도 날개 달린천사로 희망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구나 여겨지는데 저의 동료들 역시‘시 덕분에 벗도 많고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네!’하며 웃어줍니다.
비와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여름날, 쓰러진 상사화를 보며 눈물이 나 ‘작은 위로’라는 시를 썼는데 제가 일하는 해인글방의 또 다른 이름은 ‘작은 위로’이며 저희가 하는 이웃돕기 음악회 이름도‘작은 위로’로 정할만큼 저는 이 단어가 참 마음에 듭니다. 문학이 저에게 위로와 기쁨을 준 것처럼 제가 빚은 어떤 시들이 모르는 이웃에게까지 날아가 위로와 기쁨을 줄 수 있다니! 하며 새삼 감동하고 감탄하는 오늘의 제가 행여라도 자아도취에 빠지지 않도록 종종 스스로에게 읽어 주는 릴케의 글이 있습니다.
‘나는 나의 가슴속에 수 백 년을 기다릴 참을성을 갖고 나의 짧은 시간을 영원한 듯이 살겠습니다. 산만함에서 정신을 집중하겠으며 성급한 응용을 버리고 내 것을 다시 불러 올 것이며 그것들을 비축하겠습니다. 사물들이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인간들에게서도 많은 것을 경험합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조용히, 보다 큰 정직성을 갖고 관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수 련이 모자랍니다’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의 한 구절인 이 말을 오늘도 가슴에 새기며 저도 이제는 종이에 보다는 일상의 삶 속에 시를 쓰며 존재 자체로 한 편의 시가 되고 싶습니다. 사랑 받는 그만큼 깨어 사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 더욱 겸손하고 행복한‘작은 위로’의 수녀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무리하여 이해인님의 '내 인생의 책'은 어떤 책일까요?
▶ 기탄잘리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 | 민음사
중학교 때 문예반에서 읽게 되었던 타고르의 <기탄잘리> 신께 바치는 노래예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기도의 시를 나도 써보고 싶다는 갈망을 일깨워줬어요. 1994년도에 인도에 가서 타고르가 세운 학교도 가보고, 타고르가 입었던 옷도 만들어보고, 그 분이 연주했던 악기도 만져보면서 영혼의 위대함 같은 것을 다시 만나게 되었죠. 그런 경험들 때문에 감회가 더 깊어지고 내 종교적인 심성을 깊이 깨우쳐주는 책입니다. 타고르의 <기타잘리>나 <인생론> 같은 책은 번역본으로 보는 것이긴 하지만, 읽을 때마다 마음을 거룩하게 해주는 우리 안에 있는 종교적인 거룩한 심성을 일깨워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타고르에는 못 미치지만 내가 쓰는 기도시가 사람들한테 작은 영향을 주게 되면, 나도 조금이나마 타고르 시인을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내가 수도자로서 시인의 길을 걸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논어
공자/ 서문당
우리가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고서는 잘 읽지 않게 되는데, 내가 1982년에서 1985년까지 서강대학원 종교학과 다니면서 선생님으로부터 사서삼경을 배우게 되면서 특별히 <논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논어의 그리스도적 이해 같은 것들을 강의를 들었고요. 어떻게 하면 향기로운 인품을 가꿀 수 있는가 라는 것을 배우는데 있어 <논어>보다 더 좋은 책은 없는 것 같아요. 마음이 시끄럽고 부대끼고 조용하지 못할 때 성서와 병행해서 <논어>의 한 구절을 보면 마음의 평정심을 찾게 되어서, 덕의 길로 나아가고 인품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거든요. 그래서 젊은이들이 논어를 어려워하지 말고, <논어> 문고판이라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수녀원에서 20~30년 전에는 <논어> 문고판을 가지고 예비수녀님들과 같이 좋은 구절을 읽는 시간을 가졌었어요. 너무나 짧지만 깊이 있는 진리가 담긴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논어>는 자주자주 머리맡에 두고 보는 그런 책이에요. 겨울이 되면,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 전나무가 더디 시드는 것을 알게 된다’ 는 구절이 특히 생각이 나요.
▶ 바다의 선물
린드버그라는 사람이 쓴 <바다의 선물>이라는 책이 있어요. 바닷가에 가서 작가가 해변에서 예닐곱 개의 조개 껍질을 놓고 묵상하는 그런 이야기에요. 내가 있는 수녀원이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바다가 나에게 참 많은 영성을 심어주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해마다 여름이 되면 <바다의 선물>을 읽기도 하고 바다에 대한 시를 많이 쓰게 되는데, 이 책이 조개 껍질 하나에서도 명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조개 껍질이라서 지금 이 방에 이렇게 조개 껍질이 많잖아요. 바다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바다에 사는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어요.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처럼 나에게는 고성과 같이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준 책입니다.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하고 싶은 <바다의 선물>입니다.
▶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우리 수녀원에서 한때 돌아가면서 많이 읽었던 책 중에 하나가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예요. 요즘은 글로벌 시대라고 하잖아요. 수녀원 안에만 있으니까 세상 소식에 어두울 수도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여러 나라를 다니는 것처럼 여러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되고, 종교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우리가 조금 더 객관적인 안목을 갖게 되고, 더 넓은 안목으로 다른 전통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딱딱한 역사책을 읽으려면 시간도 많이 들고 힘들지만 만화 그림책이니까 읽기 쉽고, 읽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더라고요. 많은 국민들이 이 책을 읽었겠지만, 제목처럼 '먼나라 이웃나라'를 가깝게 느끼는 그런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 주변에 소개도 많이 하고 싶고 기회가 되면 또 읽고 싶은 그런 책이에요.
[출처 및 자세하게 보러가기] http://bookshelf.naver.com/story/view.nhn?intlct_no=72
☞ 동영상 보러가기. 이해인수녀님의 강의.
http://bookshelf.naver.com/story/view.nhn?intlct_no=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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