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연안 부두에서

깜비깜비 2016. 8. 1. 22:20
 

 

 

연안 부두에서 / 향린 박미리

 

 

 

 


가는 배는 이별이고
오는 배는 만남이라
아쉬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부두 대합실

저마다
사연 담은 여정으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 중이다

더운데 나오지 않아도 된다지만
그래야 내 맘이 편할 것 같아서
따라나선 배웅 길

연인의 이별처럼 애틋함은 아닐지라도
부웅~뱃고동과 함께 멀어지는
뒷모습에 마음 짠했다

주말부부로 지낸지도 몇 달,
'떠나보면 알 거야'라는 노랫말처럼
서로의 빈자리와 소중함이 새삼 새롭다

너무 가까이서 마주 보며 사는
부부라는 그 이름,
볼 것 안 볼 것 다 봐 버려서
신비감과 설렘 같은 건 다 거덜 났지만

그럼에도 세월 속으로

더 끈끈히 살아지는 힘은
가족이라는 단단한 끈,
정이라는 그 끈 때문이지 싶다

내 인생에 들어온 그대와
그대의 인생에 들어 간 내가
행복이라는 해바라기 하나 품고 가는 길

아픈지 어떤지
내 몸처럼 들여다보며
먼 여정 반려(伴侶)의 길에

때로는 예고 없이 찾아드는
권태기, 사추기, 갱년기라는

불청객도 있겠지만


그 또한 인생의 손님이려니

무사히 배웅하다 보면
더 익어가는 하나가 되는 것이리

 

다 맞췄나 싶으면

더 맞춰야 할 일, 또 있고 또 있더라도

그 또한 당연함을 인정하면서

황혼의 그날까지 그래 그렇게 함께 가는...

 

그새 수평선 저 멀리 페리호는 멀어지고

등 뒤로 안겨오는 노을이 다독인다

'배웅했으니 마중할 설렘도 있겠다'며

 

만날 때까지 그대, 안녕! 건강하고요

 

 

 


 

 

 

출처 : 열 린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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