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보리밥

깜비깜비 2016. 7. 16. 22:32

       

       

      보리밥 

      / 향린 박미리

       

       

             

            밥때만 되면

            밀물 같은 손님들로 넘치는

            삼거리 보리밥 정식 집,

            보리밥 먹던 향수가 그리운 건지

            간판이 대청마루여서 인지

            아무튼 고픈 것 많아서 오는 객들로

            오늘도 잔칫집 같다

            궁핍함도 추억으로 저장된 유년의 마루,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아도

            마음만은 풍족했던 따뜻한 시절

            대청마루에서 먹던 찐 감자 맛 떠올리며

            무공해 추억 속을 퐁당거릴

            기다리던 보리밥 한 상씩 받아 들면
            하나같이 동색 同色의 초록된 양

            구수한 표정들이다

            배고픔과 싸워 본 투사만이

            그 맛 안다는 듯

            물리도록 꽁보리밥만 먹던 그날엔

            별미라며 보리밥 찾아 몰려 다닐

            이런 날 올 줄 뉘 알았으랴

            허구한 날 고프기만 한 삶의 허기도

            보릿고개 잘 넘은 보리처럼

            포동해 질 날 있을 테지

            덤으로 희망까지 얹어주는

            든든한 밥, 그 밥심만 믿고

            더 믿어 보리 기다려 보리 또 넘어가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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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향린 박미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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