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 떠나고 잎새도 떠나고
떠난 것만 파노라마처럼 남겨진
계절의 끝자락,
이제는
거창하게 송별해 줘야 할
연말이라는 축제만 남아 있다
어찌 계절은
그리도 빨리 가고
우린 또 어찌 여기까지 와 있는지
잎새도 사람도
이런 날 올 줄 알면서도
꽃 피우고 물들이는 일을 위해
혼신을 다하며 달려왔었지
너나없이
공평히 쥐어진
삶이라는 그 감자,
열렬히
열애하고 사모하면서
한 시도 놓지 않고 품고 오느라
데이고 긁힌 날 많았었지만
그래도 감자를 쥔 손은 참
따뜻했었지
밭에 있을 땐
꿈에 부풀어 올망졸망
꿈을 달아 올리던 감자가
사람의 손에
쥐어진 순간부터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하니
놓지도
버릴 수도 없을 바에야
그 뜨거움마저도
감사히 품고 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