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관절이 삐거덕 신호해 와도
연애할 때 즐겨 신던 뾰족구두에다
거추장스런 긴 생머리만 고수하는
따로국밥 같은 여자도 그렇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거까진 좋은데
밖에 나가면 아직도 따라올 여자가
한 트럭이라며 저 혼자만 인정하는
공갈 빵 같은 남자도 그렇고
쌀도 돈도 안 되는 글 나부랭이 잡고
주야장천 씨름하면서도 한 줄 따끈한
댓글 앞에선 칭찬에 춤추는 고래처럼인
어떤 무명 글쟁이도 그렇고
자신이 못다 이룬 찰진 그 꿈을
빠득빠득 무조건 자식에게 인계하고는
모름지기 일등만을 고집하는
앞집 맹모파 엄마도 그렇고
뱃살에 묻힌 그놈의 초콜릿 복근은
나올 생각도 없는데 곧 죽어도 곧 나온다
곧 나온다면서도 운동과는 담쌓은
어떤 남편도 그렇고
초심 따윈 나 모르쇠, 밥그릇만
뜻이 있고 해 논 일도 없구마는 때만 되면
또 나와서 풍선 공약 남발하는
어떤 나리님도 그렇고
하나같이 즐겨 먹는 그들만의 약이 있다
밥보다 배부른 약, 일명 '착각'이라는 아스피린 제
그 마니아 중에 하루라도 그것 없인
삶이 시들해지는 나도 실은 그중 하나다
내려놓지 못해 가지지 못해
이루지 못해 그러지 못해
허기진 영혼들에겐 그보다 더 땡길 수 없는
효과만땅 최면제라서
당신의 그대도 그대의 나도
중독된 익숙함 또는 자아도취적으로
오늘도 야금야금 착각착각
포만하게 삼켜 낼 테지
오 남용 또는 과다복용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입힐 수도 있다는
주의 문구만 잘 숙지하면
행복 만땅 최면제로는 그만한 약 또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