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가을 동화

깜비깜비 2015. 10. 24. 22:53

 

  

    가을 동화

    / 향린 박미리

     

     

            멋진 시월속으로
            구름 배 타고 떠난 일탈
            화끈히 등 떠미는 갈 볕을 따라
            가을 동화를 쓰고 온 하루

            잣나무 길, 은행 숲 지나
            윤슬의 강변을 돌던 그 순간만은
            당신도 배우, 나도 명화 속 주인공였지

            빨강 점프의 속없는 남자도
            파스텔 남방의 해맑은 여자도
            잘 달궈진 갈 숲으로
            자석처럼 빨려들어서는

             

            묻어둔 연애사를 찾거나
            또는 새로운 연애를 적으며
            꽃처럼 웃고 또 웃으며 즐거워 했네

            볼록이 볼을 채운 청설모와
            뒤뚱대는 오리까지 들러리로 나서주어
            은행알, 잣 알처럼 톡톡 터지던
            웃음 알갱이 기쁨 알갱이들

            우리 남은 가을 중에 그런 날 몇 날이나 될지

             

            하나 둘 옷 벗는 잎새들이야
            가을로 돌아서든 말든
            추억을 퍼 담는 그들 틈에서
            나도 찰칵, 행복을 찍고 온 하루

            가슴 가득 묻혀온 행복 바이러스는
            한동안 요긴이 유용할 테지

            아름다운 날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머문
            아름다운 곳,
            그 곳에 남겨 둔
            내 고운 추억 잎새는
            오래토록 선명히 나부끼리라

            명작이 숨쉬는
            저 가을 속으로
            첫사랑의 눈동자처럼 반짝대던
            윤슬의 그 강 너머로

             

             

             

             

             

             

             


 

     

출처 : 열 린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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