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마침내 가을 속으로

깜비깜비 2015. 9. 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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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가을 속으로

           

          / 향린 박미리

           

           

           

           

          꽃 축에 들거나 말거나
          묵묵히 생을 엮는 호박은
          자식농사만 한 것 없다며
          눈만 뜨면 순풍순풍

          옥동자 낳고

          노래 축에 들거나 말거나
          화음 삼매경이던 매미는
          그럴 만한 사연 있노라
          날만 새면 쩌렁쩌렁

          숲을 달구더니

           

          마침내

          용광로 불기둥이 사그라지고
          굽고 태워낸 숯터마다
          진주 알 소롯할 가을이

          오려나 보다

          그늘만 찾아다닌 베짱이는
          죽어도 모를 그 열정,
          그 숭고한 사명에 감복하여
          가을이 온다는데 우리는

          그들에게 무얼 보답할는지

           

           

           

           


출처 : 열 린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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