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모든 길은 로마로

깜비깜비 2015. 8. 24. 22:22

      모든 길은 로마로
      / 향린 박미리
        대장간 같은 열기 속으로
        뜨겁게 다가선 나날들
        그 불기둥 앞에 용암인들 온전하랴만

        이왕 다가선 김에 흥건히
        몇 말의 땀, 더 쏟고 나면 마음 한켠의
        풋 잎도 완숙히 채색될 테니
        그만한 수행이 또 있으랴

        송이송이 여름을 채운 포도가
        마을로 내려와 농익은 씨주머닐 털어대면
        삶 한켠의 쓴맛도 뭉근히 달아질 테니
        그만한 담금질쯤은 기꺼이 감내해야지

        모든 길은 무릇 로마로 통하듯

        진지한 삶의 열매 또한
        대장간의 여름 없이는 취할 수 없음을
        대장장이 같은 여름에게서 듣는다


     

     

       

    출처 : 열 린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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