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초하의 한라에서

깜비깜비 2015. 7. 17. 22:22

 

 

 

 

 

 

 

 

 

 

 

 

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향린 박미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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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하의 한라에서

          / 향린 박미리

           

           

           

          우람한 적송 赤松 아래

          이정표처럼 늘어선 조릿대들

          여름을 이야기할 때

          저어기 떠가는 흰 구름 잡으려는지

          숲들은 키를 세워 하늘 오르고 

          산란하는 햇살을 물고

          새들은 뽀르릉 또르릉

          나보다 더 즐거운지
          숨넘어갈 듯 곡조에 취해 녹고

           

          숲 더미 가닥가닥 새어든

          서광 같은 빛 기둥은

          어서 오라~ 날 감싸 안으니

          이 아니 천국이리오
           

          능선을 타 넘는 저기 저 꽃 구름들아

          피톤치드 퍼붓는 향긋한 나무들아

          풍광을 부채질하는 청산유수 산새들아

          분화구처럼 펑퍼짐히 가슴 열고서

          너영나영* 하영하영* 이 순간을 호흡해 보자

          더할 나위 없이 청량한 한라의 이 숨결을!

           

          *너영나영 /너랑나랑~
          *하영/ 많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