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카멜레온

깜비깜비 2015. 4. 17. 22:21
 

 

 

 

 

          카멜레온 / 향린 박미리

           

           

          나 좀 봐줘요 나 좀요!

          꽃집에 진열된 수많은 꽃들이

          형형색색 미색을 뽐내며

          저마다의 수단으로 말 걸어 왔다

          그중 유난히 눈길을 보내오는 꽃 하나

          한눈에 반해서 찜하는데
          채 일분도 안 걸렸다



          시골집 마당에 소담스레 핀

          키 작은 채송화 같기도 하고

          새색시 분홍저고리 같기도 한

          여리기 짝이 없는 꽃



          가만, 꽃 이름이 뭐랬더라?

          아, 칠면조처럼 잘 변한다는

          그 카멜레온!

          도마뱀과에 속하는

          파충류의 이름과 같다며

          꽃집주인이 일러준 걸 깜박했다

           




          그런데 하룻밤 지났을 뿐인데

          그 싱싱한 꽃잎이 폭삭 시들어 버렸다

          마치 도둑맞은 듯 감쪽같이...

          그래서 카멜레온이었나

          이름값 한 번 제대로 했다

           




          오래토록 웃어줄 것 같더니

          일순간 그 모습 간 곳 없는

          하루만의 꽃처럼

          사랑도 때론 그와 같으리

           


          잠시 잠깐 폈다 질

          아도니스의 정원일지라도

          한 사람의 마음에 담겨

          웃고픈 카멜레온 같으리

           

          그럼에도

          날 위해 웃어올 꽃이

          또 있을 거란 믿음 하나로

          오늘도 꽃집을 찾는 사람 사람들...

           


          사랑과 행복
          행운의 바람까지도 무릇

          믿는 곳으로만 불어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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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향린 박미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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