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그 이름 장남

깜비깜비 2015. 3. 4. 22:23

 

 

 

 

 

    그 이름 장남 / 향린 박미리

    "아이고 우리 집 장손

    인물이 참 훤하기도 하지!"

     

    새로 산 빵떡 모자를 씌우시며

    얼굴에 달을 띄우시던 울엄니,

    내 보기엔 뿌듯해하시던 당신 모습이

    더 훤하셨다

     

    몰래 감춰둔 원기소며

    아침에 배달되어온 우유며

    아무튼 맛나는 거, 좋은 거는

    다 남동생 차지였어도

    아무도 불평불만 없던 시절

    그땐 그랬었다. 장남이니까

    시대가 바뀐 지금은 그랬다간 당장

    '나 삐뚤어질 거야'라며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땐 다 그랬다

    금쪽같은 장손이므로

     

    그런데 어린 날의 그 부러움들이

    언제부턴가 의무만 태산인

    안쓰러움으로 바뀔 줄이야

    빵떡 모자, 원기소, 우유 등등

    그깟 사소한 것 좀 더 누렸다 하여

    평생 두를 굴레가 될 줄이야...

     

    떠받들며 자랐다 하여 다 그럴까만

    가족을 향한 보은의 의무에

    자신을 살필 틈 없이 살아온

    고마운 내 아우야

     

    시대 따라 변절된

    모르쇠 장남도 많지만

    한결같은 그 효심, 그 우애

    그 따뜻한 사람이 내 형제라서

    참 자랑스럽구나

     

    이젠 자신의 삶을 더 살피고

    건강만을 위해 살아 줬으면 하는

    나의 당부, 부디 명심해 주길!

    그리하여 남은 소풍 길

    장장토록 행복해야지.

     

     

     

     

     

     

    출처 : 열 린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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