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 장남 / 향린 박미리
"아이고 우리 집 장손 인물이 참 훤하기도 하지!" 새로 산 빵떡 모자를 씌우시며 얼굴에 달을 띄우시던 울엄니, 내 보기엔 뿌듯해하시던 당신 모습이 더 훤하셨다 몰래 감춰둔 원기소며 아침에 배달되어온 우유며 아무튼 맛나는 거, 좋은 거는 다 남동생 차지였어도 아무도 불평불만 없던 시절 그땐 그랬었다. 장남이니까
시대가 바뀐 지금은 그랬다간 당장 '나 삐뚤어질 거야'라며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땐 다 그랬다 금쪽같은 장손이므로 그런데 어린 날의 그 부러움들이 언제부턴가 의무만 태산인 안쓰러움으로 바뀔 줄이야 빵떡 모자, 원기소, 우유 등등 그깟 사소한 것 좀 더 누렸다 하여 평생 두를 굴레가 될 줄이야... 떠받들며 자랐다 하여 다 그럴까만 가족을 향한 보은의 의무에 자신을 살필 틈 없이 살아온 고마운 내 아우야 시대 따라 변절된 모르쇠 장남도 많지만 한결같은 그 효심, 그 우애 그 따뜻한 사람이 내 형제라서 참 자랑스럽구나 이젠 자신의 삶을 더 살피고 건강만을 위해 살아 줬으면 하는 나의 당부, 부디 명심해 주길! 그리하여 남은 소풍 길 장장토록 행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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