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신작로 / 향린 박미리
찬바람 매섭던 신작로 위로
오토바이 한대 쌩쌩 달린다
떨어질세라 아버지 등 꼬옥 붙잡고
오일장 가던 길, 이 세상 어떤 놀이기구가
그보다 재미있을까
그 어떤 기쁨이 그처럼 풍선 같을까
설날에 입을 꼬까옷 생각에 신 났고
쌩쌩 달리던 오토바이가 재밌어서 신 났던
그 겨울의 신작로,
꼬불꼬불한 세월 모퉁이만큼이나 아득하지만
그날의 꼬마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명절날 씨름 때마다 쌀가마니 타 오시던 장사 같은 풍채도 오간 데 없이 이제는 몸도 마음도 훌쩍 줄어드신 아버지 세월에 당할 자 없다지만 그래도 울 아버진 여전히 바위처럼 서 계실 줄 알았다
언니만 새 신발 신을까 봐 멀쩡한 신발 헌신 만든 것도 책값 부풀려서 더 타낸 것도 이래저래 속아 주시고도 내색 않으신 그 마음 다 압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아버지처럼 밥 먹듯 눈 감아주고 속아주는 속없는 부모가 되어 있네요
누구든 그럴 것 같아요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자식 하고 싶지
부모는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어려운 길이지만
당신께 받은 그 사랑 이으며
힘들고 지칠 때마다
유년의 신작로에 나가
그날을 달려 봅니다
바위처럼 든든하던 아버지 등
꼬옥 붙잡고요
아버지!,
아버지의 딸래미가 저 사느라 바쁘답시고
효도는 많이 못해 드리더라도
9988의 약속은 꼭 지켜 주실꺼죠?
아니, 백새너머 까지 그래 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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