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그 겨울의 신작로

깜비깜비 2015. 2. 5. 22:35






 


 

 

       그 겨울의 신작로 / 향린 박미리

 

 

       

      찬바람 매섭던 신작로 위로

      오토바이 한대 쌩쌩 달린다

      떨어질세라 아버지 등 꼬옥 붙잡고

      오일장 가던 길, 이 세상 어떤 놀이기구가

      그보다 재미있을까

      그 어떤 기쁨이 그처럼 풍선 같을까

       

      설날에 입을 꼬까옷 생각에 신 났고

      쌩쌩 달리던 오토바이가 재밌어서 신 났던

      그 겨울의 신작로,

      꼬불꼬불한 세월 모퉁이만큼이나 아득하지만

      그날의 꼬마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

       

      명절날 씨름 때마다 쌀가마니 타 오시던
      장사 같은 풍채도 오간 데 없이
      이제는 몸도 마음도 훌쩍 줄어드신 아버지

      세월에 당할 자 없다지만 그래도
      울 아버진 여전히 바위처럼 서 계실 줄 알았다

       

      언니만 새 신발 신을까 봐
      멀쩡한 신발 헌신 만든 것도
      책값 부풀려서 더 타낸 것도
      이래저래 속아 주시고도
      내색 않으신 그 마음 다 압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아버지처럼
      밥 먹듯 눈 감아주고 속아주는
      속없는 부모가 되어 있네요

       

      누구든 그럴 것 같아요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자식 하고 싶지

      부모는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어려운 길이지만

      당신께 받은 그 사랑 이으며

       

      힘들고 지칠 때마다

      유년의 신작로에 나가

      그날을 달려 봅니다

      바위처럼 든든하던 아버지 등

      꼬옥 붙잡고요

       

      아버지!,

      아버지의 딸래미가 저 사느라 바쁘답시고

      효도는 많이 못해 드리더라도

      9988의 약속은 꼭 지켜 주실꺼죠?

      아니, 백새너머 까지 그래 주실꺼죠?

       

       

       

 


 
출처 : 열 린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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