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혹은 무 無가 되네
/ 향린 박미리
눈꽃을 인 자동차가 걸음을 떼자 한 평 남짓 아랫목 생겼다며 허공을 배회하던 눈무리들 앞다퉈 달려와 언 몸 녹이네
얼마나 따스한지 금세 죽어도 여한 없단 듯 온몸이 물 되도록 몸을 녹였네
뼈 녹는 추위랄 지라도 도도히 비상할 때가 좋았다는 때늦은 후회, 그 참회 앞에 눈물만이 흥건하네
누울 곳 봐가며 다릴 뻗자는 말 빈말 아녔네 날아라고 준 날개,
살아라고 준 생명 아무 데서나 멈춰 서면
물, 혹은 무 無가 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