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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그대에게 / 향린 박미리 화장 지운 여인처럼 초췌한
12월의 거리 위로 겨울비가 내리네요
남은 한 잎까지 긁어 내리며
계절의 마침표를 찍고 있는 빗줄기 따라
마음 포구에 정박해 둔
그리움의 배를 띄워 봅니다
지워지고 떠나는 것 많은 이 맘 때면
믿기지 않는 중년의 나이처럼
실감 나지 않는 것들이 참 많기도 합니다
상실감, 아쉬움, 무상함. 등등
별로 달갑지 않은 감정들만
이 계절의 배경처럼 깔리어져
마음 부풀던 봄날보다는
웃을 날이 적어서 슬플지라도
그럼에도 삐에로처럼
실없이 웃기도 하면서
아직 열리지 않은
판도라의 내일을 기다리다 보면
가끔 횡재처럼 찾아와 주는
환희의 순간과 조우할 날 있을 테지요
삶이 별거 없다고들 해도
분명 별것 있어서 사는 세상이므로
혹여라도 그대의 어깨가 무겁다 하여
쉬이 열정을 유기하거나
희망을 유기하는 일은 없기로 해요
가슴 시린 12월에도
행복동 행行 기차는 달릴 테니
그안에 탑승한 설렘의 손님 되어
매일매일 가슴의 불씨를 일구며 사는
따뜻한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마음 부풀던 그 봄처럼
기다릴 것 많은
나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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