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압력 솥

깜비깜비 2014. 7. 17. 22:59

 

 

 

 

 

 

 


        압력솥 / 향린 박미리

         

         

         

        뚜껑에 달린 추가 안 보인다

        난감 무지로소이다 다

        밥물은 다 맞춰 놨는데...

         

        헐거워진 추가 아슬해 보일 때

        알아줘야 했었는데...

        이제 돌리는 거 그만하겠다며

        파업이라도 했는지

        꽁꽁 숨어 찾을 길 없다

         

        집채도 끌 듯한 굉음의 분출,

        칙칙푹푹 푸우우우웁

        건드리기만 해봐 ! 펑~ 날아가 버릴 거야~

         

        추가 돌 때마다

        폭발할 듯 고래고래 소릴 질러도

        돌아서면 또 잊히던지

        열 받는 일에 참 숙달된 넌

        아픔도 실증도 모르는 줄 알았지

         

        그래도 지나고 보면 알 거야

        핫핫 대며 아우성치던 불의 시간들

        열렬히 너를 돌리던 그때가 행복했음을

         

        추로 태어난 이상 돌지 않고 어찌 살아!

        잘 생각해보고 다시 돌아와 주길

        임무를 다하고도

        여전히 여자이고픈 완경의 여인처럼

        뜨겁던 전성기가 그립지도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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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향린 박미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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