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님 (향린 박미리님)

[스크랩] 보리밥

깜비깜비 2014. 7. 9. 22:41

 

 

 

 

 

 

 

      보리밥 / 향린 박미리


       

      밥때만 되면

      밀물같은 손님들로 넘치는

      삼거리 보리밥 정식 집,

      보리밥 먹던 향수가 그리운 건지

      아니면 간판이 대청마루여서 인지

      아무튼 고픈 것 많아서 오는 객들로

      오늘도 잔칫집 같다

      궁핍함도 추억으로 저장된 유년의 마루,

      있는 것 보다 없는 것이 더 많아도

      마음만은 풍족했던 따뜻한 시절

      대청마루에서 먹던 찐감자 맛 떠올리며

      무공해 추억 속을 퐁당거릴

      기다리던 보리밥 한 상 받아들면
      하나같이 동색 同色의 초록된 양

      구수한 표정들이다

      배고픔과 싸워 본 투사만이

      그 맛 안다는 듯

      물리도록 꽁보리밥만 먹던 그날엔

      별미라며 보리밥 찾아 몰려다니는

      이런 날 올 줄 누가 알았으랴

      허구한 날 고프기만 한 삶의 허기도

      보릿고개 잘 넘은 보리처럼

      포동해 질 날 있을 테지

      덤으로 희망까지 얹어주는

      든든한 밥 , 그 밥심만 믿고

      더 믿어 보리 기다려 보리 또 넘어가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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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향린 박미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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