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찡한이야기
[스크랩] 어린 엄마
깜비깜비
2012. 2. 28. 20:06
이제 그만 쉬세요..더 이상 아프지도 않고,
말 안듣는 나도 없는...그곳에서...편히 쉬다가....
그러다 때가 되면 내가 갈게요.....
보고싶고,목소리가 듣고싶고,울고 싶은 날엔...
꿈에서 봐요.그리고...다시 만날때까지.....기다릴게요....
......엄마.
제겐 부모님이자,친구이자 언니가 한명 있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졸업식,
제 졸업식엔 언니가 왔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엄마아빠도 아닌 언니가 말예요.
그게...너무 창피해서 견딜수 없었습니다.
부모님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위해
양손엔 한아름 꽃을 들고 돌아가는 아이들과는
달리 제 손엔 초라한 꽃 한송이와 초라한 차림의 언니뿐이었으니까요.
부모님이 안 계시니까,이럴바에야
차라리 언니도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었습니다.
부모님같은 언니의 사랑을 이해하기엔
전 아직 너무...어리석었고 한심했거든요...
나보다 겨우 4살 많은 우리 언니는
나를 위해 그렇게 가고 싶다던 대학도 포기하고 일했습니다.
내 등록금을 벌기위해,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기 위해...
그 어떤 허드렛 일도 마다않고 자신을 꾸밀줄 모르는 언니가 창피할 뿐이었습니다...
나랑 나이차이도 얼마나지 않는
우리 언니는 한참 꾸밀 나이이기도 한데 언니의
모습은 언제나 먼지가 잔뜩 묻어있는 옷차림뿐이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공장에서 빨리 일을 마친 언니가
교문앞에서서 날 기다리고 있단 사실이 너무 창피해서...
언니가 가버릴때까지 교문밖에 나가지 않고 언니가
기다리다 지쳐 가버린 후에야 혼자 집으로 향했으니까요...
내가 쓰는 돈이,내가 먹는 밥이...
어떤 돈인지,어떤 밥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초라한 차림의 언니가...
너무 창피하고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이른 아침,언니는 내게 커다란 비닐봉지를 하나 내밀었습니다.
무엇일까하고 벌려본 까만 비닐봉지 안에는
언니가 일하는 공장에서 만든 빵이 한가득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게 무엇이냐고 묻는 제게 언니는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라며 봉지를 내밀었습니다...
우습게도...정말 어리석게도 전,집에서 나오자 마자
그 비닐 봉지를 쓰레기통 한구석에 밀어 버렸습니다.
그때...이미 돌아선 제 뒤로 버려진
빵을 줍는 언니 모습을...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럴때면,집을 나간 엄마가.돌아가신 아빠가
원망스러울 뿐이었습니다.나도 아직은 어린데...
이런 시련을 겪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싫었습니다.
어느날은 친구들과 교문을 나서는데
추운 겨울,언 손을 비벼가며 날 기다리고 있던 언니가,
그 많은 친구들 앞에서 내게 다가왔습니다.
여느때와 같이...더럽고 먼지 묻은 모습으로요...
항상 그랬는데..더 이상은 구질 구질 하다는 말,
더럽다는 말...너무 싫었고,친구들 사이에서도 조금 평범해지고 싶었는데..
뭐처럼 평범해질수 있는 기회 앞에서
언니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냐고 묻는 친구들 앞에서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애타게 내 이름을 부르던 언니가...
저와 제 친구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사람 잘못봤다고...죄송하다고...
굳이 그렇게 허릴 숙일 필요는 없었는데...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 앞에서
허릴 굽혀가는 언닐보자 더욱 비참해질 뿐이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언니의 태도에
별로 미안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아깐 미안했다고 말하는 제게 언니는...
웃으면서 반겨 주었습니다.
정말...아무렇지도 않게요...그게 더 싫었습니다.
내가 못된짓을 했다는걸 뻔히 아는데도 사과할 기회를 주지않는 언니가,
더 미울 뿐이었습니다..
나를 점점 더 못되게 만드는 언니가 더욱 싫어질 뿐이었습니다...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졸업축한다며 언니가 사준 핸드폰으로
한통의 음성 메세지가 왔습니다.언니 였습니다...
쉬는 시간 화장실로 가서 확인해보니...
아프니까 올때 감기약 좀 사오라는 언니의 전화였습니다.
유난히 숨이 거친 언니의 목소리에
걱정이 되긴 했지만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약을 사오라는
언니가 얄미워서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어울려 놀다가
해질녁 무렵에서야 약 한봉지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온기는 찾아볼수 없는 방안에...
연신 땀을 흘리며 누워 있는 언니였습니다.
그제서야 언니가 얼마나 아픈지 알아버린
저는 쓰러져 있는 언니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아직 진찰을 해보지도 않고 언니를 한번
살펴본 의사 선생님은 흰 천으로 언니를 가려버렸습니다...
커다란 하얀 천으로...잠이든 언니의 얼굴을 가려 버렸습니다.
믿을수 없는 상황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잠시 잠이든것 뿐인데요...
아파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것 뿐인데...왜....
왜 이런걸 덮어요,언니...숨 막힐지도 모른단 말예요....
왜냐고 물었지만 의사 선생님은
아무 대답없이 고개를 저을 뿐이 었습니다.
저는 언니를 가려버린 하얀 천을 거둬내고
언니에게 말했습니다...일어나라고,일어나라고...
그렇지만 이미 두 눈을 굳게 감아버린 언니는...
점점 더 식어가는 언니의 손에선 조금의 미동조차 없었습니다...
이미 하얀천으로 언니의 얼굴을 덮어버린 간호사 언니가....
언니의 손에 꽉 쥐여진 종이를 펼쳐...저에게 주었습니다....
그걸보자...나오는건 눈물 뿐이었습니다...
편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제 이름과 함께....미안하단 한 마디가 써 있는 쪽지 였습니다.
다른 말은,별 다른 말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미안하다는 말...그 뿐인데...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었습니다.
넘치는 후회를 막아낼 겨를이 없었습니다....
미안하단 한 마디 때문에..
그래서 눈물이 나는거였습니다.
미안하다니요....언니가...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것들을
포기했는지,포기했어야 했는지 다 아는데...도리어 미안하다니요....
왜 마지막까지....사과할 기회를 주지 않는지요.....
왜 난 끝까지....후회만 하는건지요....
정말 언니가 내가 있는곳과는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버리자 아무렇지 않았던
눈에서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 나왔습니다...
엄마가 그렇게 집을 나가버리고
언니는,아니...아직 어린 엄마는 그 좋아하던
공부도 포기하고 일을 모두 끝맞친 밤에서야 밤잠 자지않고 공부했고,
언니는,아니...아직 어린 엄마는 날 위해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잊은 채 굳은 일만 하며 살아갔습니다...
그제서야...엄마없는 내게 엄마가 되주고
싶었던 언니의 부모와도 같았던 사랑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가버렸습니다...
나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마지막 인사도 없이...
사과할 겨를도 주지않고 가버렸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미안하다는 말을....
할 겨를마저 주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다시 찾아 가려해도,너무 멀어서...이젠 고개를 돌려도 보이지 않아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아직도...곁에 있는거 같고
나한테 장난치는것만 같고,금방이라도....
웃으면서...다시 돌아올것만 같은데...그런데....
내게 있어 사랑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만이 사랑인줄 알았습니다.
내 사랑이란 감정은...
....이렇게....바보같은지도 몰랐습니다...
바보같았어.
난 언니의 눈물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
나만 아프다고 생각했으니까.
언니의 고운손이 얼마나 투박해졌는지,
언니의 목소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지 못했어...
창피하고,
내 자신이 창피하다고 느껴서...
언니가 얼마나 아픈지 몰랐어.
항상 내 곁에 있어준건
날 버린 우리 엄마가 아니라 언닌데.
날 위해 어떤 허드렛 일도
마다 않았던건...다름아닌 언닌데...
난...엄마의 사랑만이 사랑인줄 알았어...
사실 정말 큰 언니의 사랑이...
너무 커서 느낄수가 없었어.곁에 있을땐...
그게 얼마나 큰지 몰랐어.
그런데...그런데...
언니가 곁에 없는 지금,
너무 무섭고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어.
잠잘때는 내 손을 잡아주고
아플때면 밤새가며 내 곁을
지켜주는 언니없인...살아갈 자신없어...
너무 늦게야 알아버렸어...
나 어떡해...
따뜻한 언니 손길이,
부드러운 언니 목소리가...
내가 살아갈수 있는 제일 큰 힘이었는데...
그렇게...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가버리면 난 어떡해...
언니한테...사랑한단 말을 해주지 못했어...
고맙다는 말을,미안하다는 말을
해준 기억이 한번도 없어...
세상에...내가 사랑한 사람은
내가 고마워 하는 사람은,내가 미안한 사람은 언니 뿐인데...
나...아프면 언니가 간호해줘야지...
아니,이제 내가 언니 간호해줘야 하는데...
난 아직도 언니가 손 잡아줘야 잠이 드는데....
그런데....그런데....어딜 간거야..나만 이렇게 놔두고...어디 가버린거야...
눈 앞에 언니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무섭고,나 자신 없는데...어딜갔어..차라리 화를 냈으면 좋았잖아...
나 못됬으니까,못된년이었으니까....
화 냈으면 좋았잖아.....
나...어떻게 살아 가야해...?
아직,아직 뭘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언니도 없이,나 혼자...어떡해야 하는거야...?
나...용서해줄거지..응..?
그렇지...나 이제라도....
용서해...줄거지...?
너무..하고 싶던 말이었어....
.
.
.
사랑해,언니...아니...사랑해요.......엄마......
내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우리 언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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