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찡한이야기

[스크랩] 마지막 연극

깜비깜비 2011. 11. 21. 15:56
글: MBC 두시에 데이트 김기덕입니다
각색: Eve의 외출




 마지막 연극 
  


 하루종일 하늘이 잿빛이더니 비가온다
사람들은 모두 첫눈이 오기를 기대했었나보다
실망한 사람들이 책상에서 우산을 꺼내고는 퇴근을 서두른다
뿌옅게 김이서린 창문을 
손바닥으로 문지르고는 창밖을 내다 본다
후~우~
몇일전 단체로 종합 검진을 받았다
의사의 호출로 들어본 이야기...
소설 "아버지"를 읽으며 눈물도 흘렸었는데..
지금 그게 나의 현실이 될줄은...
"6개월 6개월이라..."
아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미인은 아니지만 항상 어린아이처럼
밝게웃고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진정 사랑하는 여인인데...
어떻게 해야하나...
문득 어렸을때 생각이난다
따뜻했던 할아버지가 언제인가 부터는
괜히 야단을치고 매를 드셨다
할머니는 나를 끌어 안으시며
할아버지가 정을 뗄려고 하고 있다고...
그래 정을 떼야 된다
시장에도 같이가는걸 좋아하고
내앞에서 턱을고이고 얘기하면서 
나를 웃게만드는 내 사랑하는 아내
그 사람을 위해 정을 떼야 한다
"띵동"
"당신 고생 많았지요? 
많이 시장하실텐데... 어떡하나... 
내가 책을 보다가 찌게를 다 태웠지 뭐예요
새로 올린 찌게가 곧 끓을테니 먼저 샤워하세요"
좀 덜렁거리긴했지만 사랑스런아내...
"응 난 생각 없어"
"왜요? 그래도 조금만..."
난 말없이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아내는 늘 혼자 먹는것을 싫어했다
잠시후 아내가 들어 왔다
"왜...회사에서 무슨일 있었어요?
이 부장이 뭐라했어요?"
"아냐..아무일도 없어 
피곤하니까 그만하지?"
"나.. 당신이랑 
마트 갈려구 준비하고 있었는데.."
"당신... 어린애야?  그런데 혼자는 못가?
왜 꼭 내가 같이가야해?
뭐든 나한테 기대고 혼자선 아무것도 할수 없어?"
"......"
그래 이렇게 하는거야...
잠자리에서 아내가 내게 말했다
"당신...안자는거 알아요, 미안해요...
난 당신이 싫어하는줄 몰랐어요...
이젠 혼자서 다닐께요...
동사무소에두 혼자가구..."
등을 돌린채 
난 아무대답도 할수가 없었다
말없이 그냥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퇴근 무렵 
회사로 아내가 찾아왔다
"놀랬죠? 나 당신하구 밖에서
맛있는거 먹을려구요.."
"그래...마침 잘왔어... 
나두 당신한테 할이야기가 있어"
우린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주하고 앉았다
"...나...사랑하는 여자가 생겼어... 
         미안해..."
"....."
"나 이제 당신 사랑하지 않아 우리 이혼해
...서류는 준비되는 대로 보내 줄께..."
"이...혼을...요?  우리가요?
그사람 어떤 여자예요? 나두 아는...?
그 여자...예뻐요?"
"..."
"당신이 어떻...게..."
"미안해...이만 가야해서.."
집으로 올때까지 나의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난 옷가지를 챙기고 몇가지 필요한것을 더 넣었다
"어디... 갈려구요?"
"응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살수는 없잖아...
        그 여자가 날 기다리고 있거든"
"..."
...
"여..보...
가지마세요...제발요...
난 당신없이는...
난...당신을 너무나 사랑하는데..."
"미안해...서류는 곧 보내줄께
집이랑 통장 모두 당신이 가져..."
"그럼 아무것도 없이 당신 어떻게..."
"당신은 화도 안나?  지금 내걱정 할때야?
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이아니야 당신이나 걱정 하라구!
난  그 여자가 모든걸 다...해결해 준댔어...
"여...보..."
난 집밖을 나오며 뒤돌아 보지 않을려고 애를 썼다
내 아내가...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있을것이기에...
몇일후 회사로 아내가 찾아왔다
사람이 드문 카페에서 내아내는
"나... 임신 했어요..."
"그래?  그래서...날더러 어떻게 하라구
지우든 낳아서 키우든 당신 맘대로 하면 되잖아"
"나쁜 자식..."
아내는 내 뺨을 때리곤 그자리에 주저 않아 울었다
"그래 바로 그렇게 하는거야...더 욕하고 때리고...
      더 해봐..."
사람들이 흘깃 거렸지만 
아내는 아랑곳 하지않고 울고 있었다
난 회사에 사표를 내곤 그길로 바다가 바로 눈 앞에보이는
어느 작은 섬 마을에 방을 얻었다
이곳에서 내 마지막을 정리하기위해...
이곳의 생활은 그런대로 편했다
매일 바다를 보는게 내 일과 였으니...
얼마나 지났을까...
이젠 때가 왔나보다 몸이 견딜수없게 아픈걸 보니...
왠지 한기가 느껴져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을 여는 순간 댓돌위에
가지런히 놓인 여자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아!...
어떻게 잊을수가 있나
그녀의 숨소리... 냄새, 그녀의 걸음걸이...
그녀의 모든게 내 기억속에 익숙한데...
내 사랑하는 여인의 신발...
"어디다녀 오세요? 많이 기다렸는데...
사람들이 당신보구 
모두 소설가 선생님이라고 하던데요?"
"으응...응 
마땅히 대답할 말도 없고 해서...
근데 여긴 어떻게...?"
"회사에 전화 번호를 남겼더라구요...
당신 회사에서 퇴직금 받아가라고 해서...
많턴데요...잘 쓸께요...
참...그 여자는...요?"
"응...아직 정리가 덜된게 있어서...
많이 기다릴텐데...곧 갈거야...."
"나...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부탁이 있어요
나 오늘 여기서 자고가면 안될까?"
"..."
그렇게 우린 오랬만에 같이 한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등을 돌린채 
그냥 말없이 누워 있었다
"당신 자요? 
나...할 얘기가 있는데..."
"..."
"나... 남자가 생겼어요
아주 포근한 사람...날 아껴주고 
내 아픔까지도 사랑해 주는 사람이에요"
"...."
"있잖아요 당신이 준 퇴직금으로
우린 작은 화원을 할 생각이예요
이젠...당신 그리워하지않고
잊을수 있어요....많이 잊었구요...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내 아내에게 남자가 생겼단다
나 만을 사랑했던 여자인데...
축하를 해줘야 하는데 화가 난다
하지만....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다음날 아침 첫 배로 아내가 떠난다
배웅을 하기위해 부두로 나갔다
"잘... 살..아..."
"그래요 잘 있어요 당신..."
아침 해를 등지고 작은 손을 흔들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있다
점 점 멀어진다...
이젠 모든게 정리가 되는가...
            .
            .
            .
"저기 부두에서서 
나를 배웅해주는 사람이 내 남편이다
여지껏 나를 위해 연극을 해주었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난...남편과 이혼한후
그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했다
그가 떠나고 몇일후 
병원에서 연락을 받고
모든걸 알기전까지는...
그리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위해
난 미친 사람이되어 그를 찾아 헤메었다
그리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제서야 그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난 어젯밤 그를 위해
내가 연극을 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그는 편히 가겠지.....
까맣게 변한 여윈손을 
내가 멀어질때 까지 흔들고 있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사랑해요 
잘가세요....
이제 눈물이 쏟아진다
가슴이 아프다
     .
     .
     .
 

출처 : 추억의 팝송/가요
글쓴이 : Eve의 외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