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붐 세대 고뇌
전후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들 이름하여 베이비 붐 세대라 한다.
전쟁의 폐허와 극심한 가난 속에서 태어나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기와 경제위기를 두루 경험한 롤러코스트 세대
일제의 수탈과 전쟁을 거치면서 굶주림과 전쟁 그리고 전염병으로 자식들을 잃은 부모님들이, 이러다간 죽어서 제사밥도 못 얻어 먹겠다고 생각해서 양산되었던 아이들...
“제 먹을 복은 가지고 타고 난다”며 무작정 낳고 보자는 생각에서 양산되어 전후 폐허 속에서 잡초처럼 자라난 세대
내가 태어나 살았던 곳은 그야말로 최후의 보루로 삼았던 낙동강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였고
융단폭격을 당한 땅에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남지 않았다.
불발탄으로 인해 폭발사고가 수시로 일어나 친구의 목숨을 앗아 갔고
1년에 한, 두 번씩은 폭발물 전시 및 발견시 처리요령에 대해 교육을 받았던 세대
그래도 동무들과 학교 가는 길엔 아직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강가에서는 민물새우와 송사리 때가 검정 고무신으로 퍼 올려 주기를 유혹하고,
학교 급식 빵을 얻어가는 고아원 패거리들이 가장 싸움 잘하는 이유를 몰랐던 세대,
일본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과 6.25를 겪은 어른들이
너희처럼 행복한 세대가 없다고 저녁 밥상 머리에서 빼놓지 않고 이야기 할 때 마다
일찍 태어나 그 시절을 같이 보내지 못한 부끄러움과 행복 사이에서 말없이 고구마를 먹었던 세대
생일 때나 되어야 계란 후라이 하나 먹어 볼 수 있었던 세대
소풍 가던 날 보자기 속에는 사과 2개, 계란 3개, 사탕 1봉지 그리고 그렇게 달콤했던 기린사이다 1병
누런 공책에 침 묻힌 몽당 연필로 "바둑아 이리와 나하고 놀자"를 쓰다가 단칸방에서 부모님과 같이 잠들었던 세대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수적으로 많다 보니 콩나물 시루 같은 학교 생활에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젊음의 향연에 끼어 들지도 못하고
산업현장에 들어가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내몰려 청춘을 불사르고
가정과 국가의 경제를 책임져야 했던 세대.
학교에서는 가장 먼저 국민교육헌장부터 외웠고 대통령은 당연히
무슨 이유에서든 나라 일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은 빨갱이라고 배웠던 세대
성적이 떨어지면 손바닥을 담임 선생님께 맡기고 걸상을 들고 벌서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세대
이름없는 호떡집, 분식집에서 여학생과 놀다, 학생과외지도 선생님께 잡혀 정학을 당하거나, 교무실에서나 화장실에서 연애박사란 글을 등에 달고 벌 청소를 할 때면 지나가던 선생님들에게 머리를 한 대씩 쥐어 박혀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무용담이 되던 세대
4.19세대의 변절이니 유정회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자동거수기니, 애국자니 말들이 분분하고 뇌물사건이 터질 때마다 빠지지 않고 간첩들이 잡히던 시절을 지냈던 세대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어디론가 잡혀 갔다 고문으로 병신이 되어서 돌아왔다는 옆집 아저씨의 이야기를 막걸리 집에 모여 숨을 죽이며 들었던 세대
80년 그 어두운 시절 데모대 의 진압에 이리저리 내몰리며 어쩔 수 없이 두 편으로 나뉘어 진압군이자 피해자였던 세대
남들은 일제세대, 6.25세대, 4.19세대, 5.18세대, 모래시계 세대, 자기주장이 강하던 신세대 등 이름을 가졌던 시대에도 가끔씩 베이비 붐 세대 혹은 6.29 넥타이 부대라 잠시 불렸지만 자신의 정확한 이름을 가지지 못했던 불임의 세대.
4.19때 386세대가 바위처럼 민주화를 점령하고 정치적 파워가 막강 했을 때에도
경제성장의 주역임에도 불구하고 설 자리가 없었던 세대.
거리 현수막에 적인 유신구호며 반공구호들을 씹으며
"안주일체"의 왕대포 집에서 "니나노~~" 젓가락 반주로 내일의 희망을 꿈 꾸어 온 세대.
신분 상승의 유일한 기회가 교육이었기에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지옥 같은 입시공부를 해야 했던 세대
졸업 후에는 휴일도 반납하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 온 세대.
선배 세대들이 꼭 말아 쥔 보따리에서 구걸하듯 모아서 겨우 일을 배우고, 휴일도 반납하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 온 세대.
선배들의 꾸지람 한마디에 다른 회사로 갈까 말까 망설였고, 후배들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새로 나온 신곡을 불렀던 세대
선배들처럼 힘있고 멋지게 살려고 발버둥치다가 어느 날 자리가 불안하여 돌아보니,
늙은 부모님은 모셔야 하고 아이들은 어리고, 다른 길은 잘 보이지 않고 벌어 놓은 것은 한겨울 지내기도 빠듯해서, 시키는 일이라면 죽음도, 감옥도 불사하고 이 몸 하나 바쳐 삼팔선을 건너고 용케도 사오정을 넘어 이제는 은퇴를 앞둔 오륙도 세대.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독재자로 모셨던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놀아 주지 못하는 걸 미안해 했던 세대
자신은 가난 때문에 원하는 만큼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교육에 대해 한이 맺힌 세대
자녀 대학 교육비는 당연히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대
자녀 결혼준비도 부모가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얼빠진 세대
가난이 뭔지 알기에 다른 사람들의 아픔도 돌아볼 줄 아는 휴머니스트 세대
가정, 직장생활에서의 스트레스로 40대에 과로사로 죽어 갔던 스트레스 세대
4명중 1명은 직업, 학업 등의 이유로 배우자나 자녀와 떨어져 살아가는 대표적인 기러기 세대
부모 부양과 자식교육에 올인하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대책은 없는 은퇴를 앞 둔 세대
자녀 고등교육과 결혼 등으로 돈 들어갈 데가 가장 많은 세대
'
가정을 위해서’란 명분으로 열심히 일했지만 가족의 일상 속에 아버지는 부재(不在)하는 역설을 낳은 세대주말에는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가족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고 놀 줄도 모르는 세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기에 사회진출을 시작해 전형적인 '일 중심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세대
회사를 위해서라면 가족도 종교도 제쳐두고 열심히 일했던 세대
직장과 가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판단해보라는 질문에 10명 중 7명이 직장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던 일벌레 세대
가족들에게는 현금인출기였고, 자녀들로부터는 존재감 없는 아버지로서 외면 당하고 있는 세대
이제 완전히 일손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 위기에 더해 정체성 상실까지 고스란히 떠 안고 가야만 할 세대.
누구도 들어보거나 경험해 본 일이 없는 IMF를 맞아 낭떠러지 끝에 섰던 세대
IMF는 이 땅의 중년을 향해 밤마다 칼을 갈았다.
도미노처럼 줄 도산에 정리해고 1순위의 세대
또래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사업에 실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백병전보다 치열하게 싸웠던 세대.
그리고 어느 날...
목욕탕 거울 앞에 알몸으로 서니 어느 사이 중년이 된 세대
특별한 취미도 가져 보지 못하고
변변한 연애 한번 하지 못해 보고 퇴물소리를 듣는 세대
격동의 시기를 넘기고 올해부터 은퇴를 시작하는 인생에서 가장 위태로운 전환기를 지나는 세대
은퇴는 시작되지만 앞만 보고 달리느라 노후준비도 못하고 자녀에게 기대지도 못하는 세대
고령화는 시작되고 정부의 무대책으로 방황하는 세대...
오랜 타성으로 굳어버린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층간 불평등이 고착화로 계층상승보다 하강 이동의 세대
이제 아들딸에 손자 손녀까지 건사해야 하는 '캥거루 3대의 세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험난한 구조조정과 경기침체를 극복한 세대지만
일거에 직장을 잃고 부양해야 할 귀찮은 존재로 전락될 위기에 있는 세대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정부도 부담스러워 하는 존재로 몰락한 세대
고령화 덕분에 수입 없이 25년 내지 30여 년의 삶이 견뎌내야 하는 대책 없는 세대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영원한 샌드위치 세대
고뇌로부터 구제할 수 있는 사회적 대안은 아직도 찾아볼 수 없음에 더욱 절망하는 세대
은퇴 후 새로운 삶에 적응하지 못해 종일 컴퓨터 바둑만 두는 세대
책임과 의무 속에서 바장거리는 세대
성실하게만 살아 모든 일이 사뭇 서툰 세대
브레이크 고장 난 열차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가 맞이한 탈선 같은 일탈에 일거리 없는 고령화 세대를 맞이하는 첫 세대
사회는 이제 우리를 은퇴를 앞 둔 베이비 붐 세대라 부른다.
은퇴를 앞두고 이제는 퇴물처리를 받으면서도 은퇴 후 닥칠 경제적 불안에 함부로 떠나지도 못하는 세대.
미국의
2차 대 전후(1946~1964)에 태어난 베이비 부머는두둑한 주머니 때문에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하고
일본의 단카이 세대(1947~1949)들은 같은 세대의식이 강해 "덩어리"라는 애칭으로
금융, 사회, 시장이 그들을 주목한다고 한다.
미국과 일본은 은퇴라 하고 제2의 인생 서막이라 하지만 우리는 퇴장이며 거세다.
아직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그간 잘 돌아갔던 현금인출기가 작동을 멈추면,
사모님과 자녀분들께서 짜증 날테고...
그야말로 여왕벌과 교미가 끝나 용도가 없어진 수펄들 처럼 폐기 처분되는 세대
뒤늦게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파출부, 간병인 등 험한 일을 하는 아내를 보며 괜히 주눅드는 세대
아내와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심하면 쫓겨난 친구를 보며 몸을 사리는 한없이 작아지는 세대
그래서 세상에 불가능한 일 중 하나가 '은퇴한 남편 존경하기'라고 한다.
기러기 아빠인 내가 저녁마다 아내에게 문안 전화 올리고
,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도 은퇴 후 아내의 치마자락 붙잡았을 때 뿌리침을 당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